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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프로젝트/검색엔진마스터 2006/12/13 21:00
다양한 회사,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검색엔진 마케팅 관련 컨설팅을 몇 차례 진행했었다. 하지만 대행사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현장 지식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차원이었다. 그 후는 검색 서비스나 사업 전략이 주를 이루었다. 종합 검색도 있었고, 전문 분야 검색도 있었다. 컨설팅은 치열하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보다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었다. 결국 실행은 클라이언트의 몫인 것이다. 컨설팅했던 내용이 반영되지 않고 묻혀졌는데, 훗날 전혀 다른 회사가 그 유사한 일을 선보일 때면 허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험, 그 만남, 그 논쟁 하나하나가 지식과 자산으로 남았다.
4년 프로젝트 2006/12/13 11:31
피터 드러커와 오에 겐자부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하나있다. 하나의 목표 주제를 정해서 3~4년 동안 연구하고 그 후에는 다른 주제를 다시 정해서 연구하는 것이다.
(지식)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온갖 정보에 휘둘리다가 세월만 가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터라 나 역시 개인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리라 마음 먹었다.
나의 연구 주제는 크게 두가지였다.
I. 검색엔진
검색에는 분명히 검색 그 이상의 힘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느낄 수 있을 뿐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검색이란 무엇인가?” “검색의 미래는 무엇인가?” 대답 없이, 방향 없이 계속 전진만 하기가 힘들었다. 다른 분들이 각자의 그림을 가지고 땀 흘리고 간다면 나는 내 식의 변화가 필요했다. 여러 고민 끝에 회사를 떠났다. 화두를 들고 여행을 떠난 셈이다. 즐거웠지만 또한 치열한 여행이었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다른 눈으로 검색을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컨퍼런스에서, 컨설팅에서, 강단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광고주와 사용자를, 정말로 그분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검색 광고 신청 기회를 놓쳤다면서 안내 데스크에 와서 “사장 나오라 그래”를 외쳤던, 포탈 시절 그 광고주의 마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검색엔진은 단순한 차세대 서비스가 아니었다.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근원이었다. 유행이 아니라 본질의 변화에 가까웠다. 특이 '개인들'에게는 그랬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예감'일 뿐 확고한 '지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검색엔진을 보다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각도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II. 개인의 발견
정보의 열쇠가 '개인'들에게 넘어 왔다. 절대 반지를 가진 것은 이제 거인들이 아니라 조그만 프로도였다. 인쇄술로 시작된 열쇠의 이동은 인터넷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나 역시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있었다. 정보를 쫓아다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속옷 차림으로 방에 앉아서 정보를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위대한 '개인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옷장에 잡동사니 억지로 밀어넣을 뿐 정리는 꿈도 못 꾸었다. 옷장을 열기가 두려웠다.
지겹게 들어왔던 '지식 사회'라는 곳에서 우리 '개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왜 우리들은 이 숱한 정보들을 지식으로 바꾸고 지혜를 누리지 못하는가? 사실 철학적인 관점까지 연결된 주제였지만 (인생 끝날 까지 답을 찾아야 할 ^^;) 나는 '정보-지식-지혜 만들기'라는 범위에 국한시켜서 살펴보기로 했다. 특히 검색 혁명, 정보 혁명과 연결시켜서 말이다. 또한 개인의 발견을 위해서는 특별히 지식인들을 '성공적인 정보/관리자'라는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상 지식인들을 정하고 그들의 특별한 점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4년짜리 지식 프로젝트가 소리없이 시작된 것이다. (2003년 ~ 2006년)
I am a boy 2006/12/12 20:37
내가 처음 나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데는... 두 사람의 말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책에 썼던 기록으로 이야기를 대신한다.
I. 처음에는 스콧 니어링이 말했다.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사표를 냈다. 2002년 9월 5일. 월드컵의 열기가 아스팔트 위에 아직 남아 있었다. 라이코스 코리아 - 인터넷 검색엔진과 검은 강아지로 유명했던 그곳이 나의 직장이었다. 나는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총괄하는 팀장이었다. ...... 떠나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정보를 찾는 알에 더 이상 뜻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색엔진은 어렸을 적부터 꾸던 오랜 꿈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더 이상 불타지 않았다. ...... 정보는 이제 귀한 보석이 아니었다. 사방 천지에 널려 있었다. ...... 스콧 니어링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스콧 니어링오랜 고민에 마침표를 찍고, 사표를 제출했다. 지도를 뒤적이다 무작정 뉴질랜드로 떠났다.
II. 다음에는 어떤 선배였다.
사표를 내기 전의 고민이 생각났다. 나를 말리던 선배는 끝내 화를 버럭냈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다들 좋아서 직장 다니는 줄 알아? 다 그렇게 사는 거야."충고는 고마웠으나 선배의 얼굴은 당당하지 못했다. 구본형은 [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때때로 우리 부모의 모습으로, 선생의 얼굴로, 직장 상사의 이름으로, 그리고 친구의 충고로 우리를 설득시켜 왔다.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한 처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은 선택하기 전까지만 목소리가 크다. 이미 내 앞에는 다른 세상들이 열려 있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있든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을 살고 있어야 한다.
4년 프로젝트/검색엔진마스터 2006/12/12 19:56
검색엔진 등록과 상위랭킹 전략 (비비컴 펴냄) 네이버 키워드샵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검색엔진을 이용한 마케팅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2003년 초에 이 책을 썼다. 우리 검색엔진을 대상으로는 처음 나온 책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적용하기 어렵게 되어버렸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믿는다. (이제는 새로운 책이 필요한 시기다) 내가 바랬던 것은 검색시장의 열매를 모든 참여자가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었다. 중소규모 사업자와 개인들에게 검색엔진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홍보 도구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광고주들이 더 많이 나오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 전직 포탈 검색팀장으로서 어느 수준까지 포탈 내부 시스템을 밝혀야 할지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4년 프로젝트/검색엔진마스터 2006/12/12 02:02
회사를 떠난 후, 검색엔진 전문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포탈도 아니고, 광고 대행사도 아니고, 광고주도 아닌, .... 전체를 보는 입장에서 검색엔진을 분석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처음부터 크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이 회사는 중간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또한 관련 연구 작업을 병행하려면 작고 빠르고 탄력적인 조직을 운영해야 했다.
이 회사의 비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다. 직접적인 비즈니스 영역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미디어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많이 벌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 사실 이 원칙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지켜려고 노력해 왔다.
정보경영 2006 2006/04/24 22:11
어린 왕자는 장미 한 송이와 행복했다. 하지만 지구별 어떤 정원에서 똑같은 장미 오천 송이를 보았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자신이 아주 불행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기와 같은 꽃은 하나 뿐이라고 그의 꽃은 그에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원 하나 가득히 똑같은 꽃들이 5천 송이는 되는게 아닌가! ...그는 엎드려 울었다.
- 『어린왕자』중에서 |
출판협회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에는 약 3만 5천종의 새 책이 나왔다. 하루 평균 약100권이 나온 셈이다. 누군가 쓰고 누군가 읽은 한 권의 책은 그 넘치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수천 수만 송이장미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책, 인터넷, TV, 이메일, 광고... 귀한 정보, 탁월한 지식, 소중한 지혜가 쓰레기들 사이에섞여 있다. 땅을 파서 금을 찾는 시대가 아니라 반짝이는 것들 사이에서 금을 구별해야 하는 시대다. 좋은 정보를 찾으려면 다른정보를 무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필요없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와 광고들이 우리 관심을 끌려고아우성치고 있다. 지식은 집중에서 나온다. 집중하려면 관심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분명한 목표가 범위를 좁혀준다.그리고 목표 정보에는 능동적으로, 목표 밖의 정보에는 수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목표 설정은 아주 흔한 말처럼 들린다.하지만 자신의 업무, 지식과 정보 활동에서 분명한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목표가 분명하면 무엇을무시할지 분명해진다. 목표가 분명하면 무엇과, 누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하는지 분명해진다. 흔히 쓰이는 말은 항상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정보(情報) 역시 다양하게 쓰인다. 단순한 자료를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식의 뜻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뜻은 '정황(情況)에 대한 보고(報告)'다. 하지만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정황을 알 수 있는가? 혹자는 정(情)에 보답(報答)하는 것이라고 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정을 쏟은 것이 보답해서 주는 것이 정보라는 말이다. 특정 분야에, 책에, 사람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때만 중요한 정보가 보이고 지식이 쌓인다. 마음을 모으지 못한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고수(高手)와 장인(匠人)은 집중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의 다른이름이다. 그들의 눈 앞에 중요한 정보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엎드려 울던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서 길들임의 신비를 배운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관계의 의미를 배운다. 그리고 장미들에게 찾아가서 말한다. |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말고)도 그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 준 것도 그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 『어린왕자』중에서 |
결국 한 송이 특별한 장미를 가진 사람이 이긴다. 관심 분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많다. 하지만 잡다하고 막연한 관심과 분명한 목표는 다르다. 또한 거기에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쓸모없는 일과 정보에 바치는 시간을 그리 돌리면 일주일에 책 한권은 너끈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은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에 따라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답변에 머뭇거린다면 지금 잠깐 시간을 내서 분명한 목표를 세워보자. 이미 있다면 그 목표에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최우선'으로 들이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백만송이 장미는 필요없다. 한 송이, 한 송이면 족하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4
정보경영 2006 2006/04/24 12:10
정보는 이제, 정말 손가락 끝에 있다. A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인터넷 라인을 자기네 것으로 바꾸면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2만원에 준다고 했다. 현재 B 할인점에서 25만원에 팔리는 신제품이라고 한다. 재미 삼아 모델명을 물어 검색을 해보았다. C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13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옛날 모델이었다. 이미 대체 신제품이 나와있었다. 우리가 직접 사면 2만원 보다는 더 줘야겠지만 어떻든 상담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는 찾기 어렵거나 불가능했을 정보를 단 5초만에 얻었다.
물론 전화통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는 더 이상 숨겨진 보물이 아니다. 갈수록 투명해지고, 접근하기 쉬워지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정보는 귀족들의 성(城)에 꼭꼭 숨어 있었다. 힘센 집단, 높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정보는 첩보에 가까웠다. 캐내고 훔치고 밝혀내는 것이었다. 접근할 수 없는 것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1962년 '살인면허'로 등장해 수십 편을 이어온 007 시리즈를 보면 첩보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나온다. 신분을 숨기고 비밀 무기와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정보가 있는 곳에 잠입한다. 절벽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 내린다. 영화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정보는 분명 땀나고 피나는 투쟁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냉전은 끝났다. 이념의 자리에는 시장과 경제가 대신 들어섰다. 악의 무리(?) 소련은 사라졌다. 007의 적도 사라졌다. 덕분에 수 많은 '007들'의 일자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이란 무서운 무기까지 등장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누비지 않아도 의자에 앉아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때만 해도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는 진실을 캐러 목숨을 걸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1992년 케빈 미트닉이라는 해커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세계 굴지의 기업 전산망을 교란했다. FBI는 몇 년간 추적해서 간신히 그를 붙잡았다. 다시 10년이 흐른 뒤 대한민국에 와보자. 2002년 소위 '민주당 살생부'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노무현 후보에게 보였던 태도에 따라 분류한 이 게시물을 보고 정치인들은 조직적인 음모라고 했다. 하지만 그 문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인터넷을 뒤져서 만든 것이었다. 공개된 정보를 편집한 것만으로 힘센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노년이 된 007에게 정보 혁명과 인터넷은 큰 부담이다. 물론 아직도 냉전식 첩보 활동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이젠 몸으로 뛰기도 어려운 나이다. 이제 007은 어떻게 해야 할까? 퇴직금을 받아서 본드걸과 함께 지내는게 최고의 선택일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001 년 여름 백악관에는 미국 본토 테러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다. 보고의 자세한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어떻든 보고된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9.11 테러 전날인 지난 2001년 9월 10일에는 '내일이 행동개시의 날이다' '경기가 곧 시작되려 한다'는 알-카에다의 메시지가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에 포착됐지만 테러발생후 며칠이 지나도록 번역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을 번역하지 않은 채 쌓아둔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 더미에 묻혀 중요한 정보가 빛을 잃는다. 정보가 정보를 방해한다. 정보 과잉은 분석과 판단의 마비를 가져온다. 정보 수집에 목숨을 걸던 시대는 지나갔다. 분석과 판단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왔다. 그래서 007은 섣부른 은퇴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전의 경험을 되살려 넘치는 정보를 걸러내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무시되는 정보더미에서 보석을 발견하고 조각난 정보들의 퍼즐을 맞추는 능력을 강화하고 무기로 삼으면 된다. 사실 첩보원들이 다루는 정보의 정확한 의미는 자료 수준의 흔한 정보가 아니다. 미국 CIA(중앙 정보국)에 서의 약자 'I'는 Information이 아니라 Intelligence다. 똑같이 정보로 번역되지만 Intelligence는 분석된 정보, 활용 가능한 정보를 말한다. 또한 정보는 지식과도 다르다. 지식은 검색되지 않는다. 지식은 오직 사람에게만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첩보전의 최대 무기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냉전은 사라졌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경제 전쟁, 지식 전쟁이다. 정보와 지식으로 사는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007이다.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 그렇다. 하지만 총이나 낙하산이나 위조 여권은 소용이 없다. 오직 날카로운 눈과 통찰력만이 최고의 무기다. 실제로 요즘 해외에 파견된 CIA 요원들의 상당수는 해당 국가의 신문을 읽고 분석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 007이 사는 법이다. @
정보경영 2006 2006/04/23 12:03
정보 기술은 항상 정보 감옥을 만드는 기술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넘치는 정보를 다 볼 수 없기에 매체와 도구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덕분에 정보들은 공장 생산품처럼 똑같아지기 쉽다. 사람들은 똑같은 사이트에 모이고, 똑같은 TV를 보고, 똑같은 신문을 읽고, 똑같은 책을 보면서, 똑같은 관심사를 소비한다. 기술이 점령한 자리에는 '우연'의 꽃이 필 여지가 없다. 그들이 우리 대신 골라준다. 한때 MBC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 책을 선정하고 읽게 하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에 선정된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서 장려와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필요가 절묘하게 만나 큰 인기를 누렸다. 만약 여러분이 거기 선정된 책의 작가이거나 출판사 사장이라면 어떨까?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일이다. 더구나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당연히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다. 어느날 느낌표 관계자가 '녹색평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책이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책이 많이 팔릴테니 20만부를 미리 준비해 달라고 했다. 20만부! 하지만 출판사 사장은 거부했다. 좋은 책이 소개되는 것도 좋고 돈버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매체에서 강요하듯이 소개되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관계자는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에게 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역시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 느낌표는 서둘러 다른 책을 골라야했다. |
책 선정 자체가 나쁜 일도 아니고 갑자기 큰 피해자가 생기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한걸음 뒤로 가서 보면 빼앗기는 것이 있다. 스스로 고르는 즐거움, 우연히 만나는 기쁨이 사라진다. 결국 정보 경영의 능력 - 정보를 고르고 선택하는 능력이 사라진다. 정보가 많아질 수록 정보를 골라주는 매개자(편집자, 선별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매개자가 골라주는 정보는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정보는 갈수록 양극화된다. 책은 베스트셀러와 기타 책들로 구분되고, 영화는 히트 영화와 사라지는 영화들로 구분된다. TV나 신문이 책을 골라주면 멀쩡하던(?) 다른 베스트셀러가 뒤로 밀리고 만다.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이 베스트셀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한때 이 코너가 중단되었으나, 전체적인 책의 판매가 줄었다는 작가의 탄원이 이어졌고 결국 2005년 다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문화 권력' 운운하며 뻔한 말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들의 등장은 필연일 뿐 아니라 오히려 지식 사회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준다. 고르고 판단하고 편집하는 능력이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과 혁신은 모두 쳐다보는 정보가 아니라 무시되는 정보 속에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료 처리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낭비다. 빠르고 많은 일의 처리는 이제 컴퓨터의 몫이다. 걸어다니는 사전(Walking Dictionary)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넓이와 양에 집착하는 사람은 컴퓨터와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판단과 편집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그 영역조차 다른 사람, 다른 매체, 다른 도구에 모두 맡기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와 매체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독자와 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는 매체와 도구를 편집자와 기자로 두고 그 위에서 편집장이 되어야 한다. 선택 당하지 말고 선택해야 한다. 호주 시드니에 가면 굴드스 북 아케이드(Gould's Book Arcade)라고 하는 특이한 헌책방이 있다. 백만권 가까운 책이 있는 이 서점의 특징은 정리를 별로 하지 않은 것이다.무작정 꽂혀 있는 책 더미 속으로, 말 그대로 모험을 떠나는 서점이다.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서점!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우리는 매체와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우연을 만들고 생(生)정보와 부딪히는 일을 즐겨야 한다. 그 옛날 가끔씩 궁궐을 빠져나와 백성을 살피던 임금님처럼 말이다. 서점, 전철, 시장, 길거리 어디든 좋다. 우연을 즐기자. 무엇을 고를지 한참 고민해보자. 아무리 궁궐이라고 우겨도 벗어날 수 없다면 결국 감옥일 뿐이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3
정보경영 2006 2006/04/22 17:57
2004년 8월 21일 광주시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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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빈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미 여러 번 물건을 훔쳤던 장소라 도둑은 제 집처럼 마음을 놓았다. 그날은 마침 올림픽 축구 8강전이 열리던 날. 그는 8강전을 기다리며 TV 중계를 보았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고 결국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
한심한 사람이라고 웃다가도 왠지 씁쓸하다. 우리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던 모 출판사 편집장님이 정보를 찾으러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일정을 망쳤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디 그 분 혼자 뿐이겠는가? TV나 인터넷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를 몽땅 낭비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링크는 가는 길만 있고 돌아오는 길이 없다. 길을 잃기 십상이다.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고 나서 도대체 왜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우리는 자주 정보는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없다고 투덜댄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나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아쉬워 한다. 하지만 사실은 수 많은 시간을 쓸데 없는 정보에 쏟아 붓느라 지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보았던 TV 뉴스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2004년 7월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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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 소재 게비스 연구소가 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중 7명이 전날 밤에 본 가장 중요한 정치 뉴스도 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 40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다시 도입한다는 TV 톱뉴스는 다음 날 98%가 잊어버렸다.
터키 내 테러 공격은 26%, 독일의 한 마을에 피해를 입힌 회오리바람에 관한 뉴스는 19%, 모나코의 캐롤린 공주에 관한 보도는 불과 3%만 기억했다. |
너무 많은 정보에 대한 어쩔 수 없는(또는 자연스러운) '망각'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다. 그 뉴스가 대부분 '나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련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금방 잊어 버릴 것들에 왜 이렇게 시간을 쏟고 있는가?
사람들은 매체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자주 실수를 한다. 나쁜 정보나 프로그램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매체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느냐, 무엇을 빼앗기고 있느냐 가 더 심각한 문제다.
엉뚱한 정보, 엉뚱한 매체에 시간을 쏟느라 더 중요한 정보, 더 중요한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이 엉뚱한 정보에 소비되거나, 정보를 훑어 보는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정보를 익히고 가공해서 지식으로 만드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정보 경영은 시간 경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식은 경험과 체질로 보관된 것이지만, 정보는 지금 만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오늘’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장소에 있으며 ‘처리’라는 활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시간을 어떤 정보에 쏟고 있느냐가 지식 성과에 큰 차이를 가져 온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1440분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씨앗은 같지만 열매는 다르다. 시간을 어느 밭에 뿌렸는지에 따라 지식이 달라진다.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
P.S:
TV나 인터넷은 '휴식'이라며 우기는 사람들도 있다. 휴식이란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주면 재충전 하는 것이다. 시간을 보낼 수록 피곤해지거나, '아차, 늦었다.' 하며 서둘러 끄고 뛰어가게 된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다.
정보경영 2006 2006/04/21 20:45
2004년 가을 한 온라인 매체에 연재했던 글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질 수도 있어서 한 자리에 모아놓으려 한다. 다시 모으면서 내용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지식 사회의 열쇠는 정보(情報)에 달려있다. 지식이 아니다. 지식의 시대, 개인의 시대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시간 관리, 자기 관리의 중요성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탁월한 지식 성과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여 기저기 흔하게 널린 정보에 그 한가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정보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정리하고 다듬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지식이 된다. 정보에 쫓기면 지식은 영원한 환상이다. 안타깝게도 지식을 추구(追求)하는 사람보다 정보에 쫓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는 약 2,000만권의 책이 있다. 하루 2,000권의 책이 새로 나온다. 가장 큰 검색엔진 구글 속에는 80억개가 넘는 웹페이지 정보가 들어있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켰다. 정보는 이제 매이지 않는다. 댐은 터졌고 정보는 끝없이 자기 복제를 한다. 24시간 365일 정보의 폭우가 쏟아진다.
[구글에서 ‘mp3’ 검색하기 - 찾는 데는 0.17초, 살펴 보는 데는 80년이 걸릴 양이다.]
정보를 찾는 것, 정보를 가진 것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오직 구별하고 정리했을 때만 특별하다. 지식과 연결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지식 사회의 열쇠는 지식 경영 이전에 ‘정보 경영’에 달려 있다. 우리는 매일 지식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만난다.
『 전병국의 정보 경영』은 정보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삶 속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방법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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