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는 TV, 사람 잡는 TV :: 정보경영 (2)
정보경영 2006 2006/04/22 17:572004년 8월 21일 광주시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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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빈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미 여러 번 물건을 훔쳤던 장소라 도둑은 제 집처럼 마음을 놓았다. 그날은 마침 올림픽 축구 8강전이 열리던 날. 그는 8강전을 기다리며 TV 중계를 보았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고 결국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
한심한 사람이라고 웃다가도 왠지 씁쓸하다. 우리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던 모 출판사 편집장님이 정보를 찾으러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일정을 망쳤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디 그 분 혼자 뿐이겠는가? TV나 인터넷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를 몽땅 낭비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링크는 가는 길만 있고 돌아오는 길이 없다. 길을 잃기 십상이다.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고 나서 도대체 왜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우리는 자주 정보는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없다고 투덜댄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나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아쉬워 한다. 하지만 사실은 수 많은 시간을 쓸데 없는 정보에 쏟아 붓느라 지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보았던 TV 뉴스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2004년 7월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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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 소재 게비스 연구소가 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중 7명이 전날 밤에 본 가장 중요한 정치 뉴스도 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 40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다시 도입한다는 TV 톱뉴스는 다음 날 98%가 잊어버렸다. 터키 내 테러 공격은 26%, 독일의 한 마을에 피해를 입힌 회오리바람에 관한 뉴스는 19%, 모나코의 캐롤린 공주에 관한 보도는 불과 3%만 기억했다. |
너무 많은 정보에 대한 어쩔 수 없는(또는 자연스러운) '망각'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다. 그 뉴스가 대부분 '나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련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금방 잊어 버릴 것들에 왜 이렇게 시간을 쏟고 있는가?
사람들은 매체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자주 실수를 한다. 나쁜 정보나 프로그램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매체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느냐,
무엇을 빼앗기고 있느냐 가 더 심각한 문제다.
엉뚱한 정보, 엉뚱한 매체에 시간을 쏟느라 더 중요한 정보, 더 중요한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이 엉뚱한 정보에 소비되거나, 정보를 훑어 보는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정보를 익히고 가공해서 지식으로 만드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정보 경영은 시간 경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식은 경험과 체질로 보관된 것이지만, 정보는 지금 만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오늘’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장소에 있으며 ‘처리’라는 활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시간을 어떤 정보에 쏟고 있느냐가 지식 성과에 큰 차이를 가져 온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1440분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씨앗은 같지만 열매는 다르다. 시간을 어느 밭에 뿌렸는지에 따라 지식이 달라진다.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
P.S:
TV나 인터넷은 '휴식'이라며 우기는 사람들도 있다. 휴식이란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주면 재충전 하는 것이다. 시간을 보낼 수록 피곤해지거나, '아차, 늦었다.' 하며 서둘러 끄고 뛰어가게 된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