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6/04/25 3억 5천만원 짜리 점심 식사 :: 정보경영 (7) (1)
  2. 2006/04/25 솔로몬 왕이 똑똑해진 이유 :: 정보경영 (6)
  3. 2006/04/24 백만송이 장미는 필요없다 :: 정보경영 (5)
  4. 2006/04/24 007은 이대로 은퇴해야 하나? :: 정보경영 (4)
  5. 2006/04/23 이 곳은 낙원일까? 감옥일까? :: 정보경영 (3)
  6. 2006/04/22 도둑 잡는 TV, 사람 잡는 TV :: 정보경영 (2)
  7. 2006/04/22 박근혜 대표의 표정이 궁금하다 :: 정보경영(1)
  8. 2006/04/21 우리가 지식에 서투른 이유 :: 정보경영 (0) (1)

3억 5천만원 짜리 점심 식사 :: 정보경영 (7)

정보경영 2006 2006/04/25 12:14

●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 몇 년전, 영화 <올드보이> 제작진은 서울의 어떤 헌책방에서 일본 만화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만화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1500만원이었다.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중에 일본은 영화를 수입했다. 220만 달러를 지불했다. 1500만원과 220만 달러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2005년 6월 23일,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에 특이한 상품이 등장했다. 가치 투자로 유명한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의 점심 식사였다. 시작 가격은 2만 5천 달러. 일주일간 진행된 경매는 무려 35만1100달러(약 3억 5000만원)에 낙찰되었다. 워렌 버핏과 식사 한번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꺼이 엄청난  돈을 지불하겠다는 뜻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해 6년째 열렸던 이 특별한 점심 식사는 해마다 20만 달러를 넘겨서 낙찰되었다. (자선행사임을 감안한해도) 똑같은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어도 워렌 버핏과 먹으면 값이 달라진다. 뭐가 다른 것일까?  
  • 세계적인 명장 진창현씨가 만드는 바이올린의 한 대 가격은 최소 1억원에서 시작한다. 한 대를 만드는데는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리며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오래전 그가 처음으로 만들어서 팔았던 바이올린 가격은 3만원 정도였다. 같은 사람의 바이올린이 3만원에서 1억원으로 변했다. 수 십년 세월 사이,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 아주 특별한 비밀

그 사이에는 '지식'이 있다.

같은 원작, 같은 식사, 같은 나무를 마법처럼 바꾼 것은 장인들의 '지식'이다. 복수극 만화 하나가 박찬욱 감독과 장인들의 지식을 거쳐 탁월한 영화가 되었다. 일본은 영화로 바뀐 '새로운' 상품을 수입하기위해 원작 저작권료의 100배가 훨씬 넘는 돈을 지불했다. 워렌 버핏의 지식과 지혜를 만날 수 있다면 3억 5천만원도 아깝지 않다. 진창현씨의 지식이 한 곳에 모인 바이올린은 유일하고 특별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파는 시대다. 경험을 팔고, 꿈을 팔고, 추억을 팔고, 신뢰를 팔고, 지식을 파는 시대다. 뒤 따라가는 나라, 뒤 따라가는 사람은 보이는 것을 판다. 앞선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흉내내고 따라잡으며 간다. 그들은 도면 한 장, 아이디어 하나에 목숨을 건다. 정보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앞선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판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든 것이다. 아무리 뺏고 싶어도 뺏을 수 없다. 그들은 상상하고 예측하고 주도한다. 언제나 한걸음 앞서 간다. 지식이 그들을 빛나게 한다.

정보는 재료다. 정보에 경험을 더하고 규칙을 찾으면 지식이 된다. 재료는 사방에 널려있다. 누구나 컴퓨터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매일 아침 신문을 보고 인터넷으로 세계와 접속한다.

이제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의 지식은 얼마짜리인가?'

꼭 돈으로 따져 보자는 것만은 아니다. 이런 질문들과 관련지을 수 있을 것이다.

  • 나의 지식은 남과 다른가? 가치가 있는가?
  • 흔한 재료를 보석으로 바꾸는 힘이 있는가?
  • 나는 스쳐가는 정보들을 지식으로 바꾸고 있는가?

사실 지식의 가치는 돈 벌이 좋은 인기 분야와는 큰 관련이 없다 . 무리를 지어 '돈 된다는' 정보를 따라다녀봐야 답은 없다. 오직 다르고 특별하고 가치있는 지식만이 빛난다. 비록 지금은 아니어도 무르익고 때가 되면 빛난다. 진창현씨도, 워렌 버핏도, 박찬욱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세월 속에서 경험 속에서 인내 속에서 무르익었다.

정보는 디지털화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식은 다르다. 지식은 아날로그다. 오직 사람이라는 하드웨어에서만 돌아가는 영원한 아날로그.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 속의 정보와 사람 속의 지식이 더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다.

'퓨처리스트'라는 잡지가 미래에 각광받을 능력을 발표한 적이 있다. 지금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 능력은 팀 플레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인맥 구축 등이지만 미래에는 '자동화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상력, 직관, 영감, 판단력 등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인간 고유의 능력이 극대화된 인간(Hyper-Human)'이라고 불렀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고 자동화될수록,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고 컴퓨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마법같은 '지식'을 강화해야한다는 말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검색하는 단계에 집착하는 사람은 컴퓨터와 싸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고 지식으로 바꾸는 단계에 올라서야 한다. 컴퓨터와 경쟁하지 말고 컴퓨터 위에 서서 지휘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고 성공이 있다.

특별한 지식은 그 자체가 브랜드로서의 기능도 가진다. 지식에 브랜드가 더해졌다면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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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ndora bracelet 2010/12/13 16:29 Modify/Delete Reply

    말고 컴퓨터 위에 서서 지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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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이 똑똑해진 이유 :: 정보경영 (6)

정보경영 2006 2006/04/25 12:12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판을 꼽으라면 단연 솔로몬의 재판일 것이다.

솔로몬의 재판  

B.C 961년 경, 솔로몬 왕에게 여자 둘이 찾아왔다. 둘 다 같은 때에 아이를 낳았는데 한 아이가 죽었다. 그런데 두 엄마 모두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 아이라며 판결을 내려 달라고 했다. 백성들은 이제 막 왕이 된 20대 청년의 판결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솔로몬은 엄마가 둘이니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고 한다. 그러자 진짜 엄마는 자기 아이가 죽는 게 슬퍼서 다른 엄마에게 양보를 했다. 가짜 엄마는 어차피 할 수 없으니 나누라고 했다. 진짜 엄마가 밝혀졌다. 백성들은 왕의 지혜를 보고 깜짝 놀라며 두려워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물론 '지혜'다. 하지만  뒤에는 '정보'와 '지식'의 조화가 숨어있다.  정보, 지식, 지혜. 이 세가지는 항상 함께 일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① 정보

어느 날 어린 솔로몬은 어떤 엄마가 아이를 너무 사랑스러워하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본다. 그는 생각한다. '저 엄마는 아이를 무척 사랑하는구나.' 또 다른 날 비슷한 모습을 본다. '어? 저 엄마도 아이를 사랑하네?' 이렇게 솔로몬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몇 명을 본다. 이것이 정보다. 각각 발생하는 개별의 상황.

② 지식

그러던 어느 날, 배다른 형제들과의 왕권 다툼 속에서 자신을 목숨처럼 지켜주시는 엄마의 사랑을 강하게 느낀다. '아, 그렇구나. 모든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구나.' 이것이 지식이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서 찾아낸 규칙. 정보에 경험을 더해서 얻은 확신.

③ 지혜

지혜는 정보와 지식 사이의 간격을 깨닫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법칙과 비교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1. 모두 이 아이의 엄마라고 한다. - 정보, 상황
  2.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 - 지식, 법칙
  3. 이 아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진짜 엄마다. - 지혜, 판단

가장 소중한 것은 지혜다. 하지만 지혜는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 판단에는 언제나 재료가 필요하다. 정보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사람은 지식을 얻는다. 지식과 정보를 비교하는 사람은 지혜를 얻는다. 오늘의 정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솔로몬은 없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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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송이 장미는 필요없다 :: 정보경영 (5)

정보경영 2006 2006/04/24 22:11

어린 왕자는 장미 한 송이와 행복했다. 하지만 지구별 어떤 정원에서 똑같은 장미 오천 송이를 보았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자신이 아주 불행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기와 같은 꽃은 하나 뿐이라고 그의 꽃은 그에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원 하나 가득히 똑같은 꽃들이 5천 송이는 되는게 아닌가! ...그는 엎드려 울었다. - 『어린왕자』중에서

출판협회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에는 약 3만 5천종의 새 책이 나왔다. 하루 평균 약100권이 나온 셈이다. 누군가 쓰고 누군가 읽은 한 권의 책은 그 넘치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수천 수만 송이장미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책, 인터넷, TV, 이메일, 광고... 귀한 정보, 탁월한 지식, 소중한 지혜가 쓰레기들 사이에섞여 있다. 땅을 파서 금을 찾는 시대가 아니라 반짝이는 것들 사이에서 금을 구별해야 하는 시대다. 좋은 정보를 찾으려면 다른정보를 무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필요없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와 광고들이 우리 관심을 끌려고아우성치고 있다. 지식은 집중에서 나온다. 집중하려면 관심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분명한 목표가 범위를 좁혀준다.그리고 목표 정보에는 능동적으로, 목표 밖의 정보에는 수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목표 설정은 아주 흔한 말처럼 들린다.하지만 자신의 업무, 지식과 정보 활동에서 분명한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목표가 분명하면 무엇을무시할지 분명해진다. 목표가 분명하면 무엇과, 누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하는지 분명해진다.

흔히 쓰이는 말은 항상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정보(情報) 역시 다양하게 쓰인다. 단순한 자료를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식의 뜻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뜻은 '정황(情況)에 대한 보고(報告)'다. 하지만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정황을 알 수 있는가? 혹자는 정(情)에 보답(報答)하는 것이라고 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정을 쏟은 것이 보답해서 주는 것이 정보라는 말이다. 특정 분야에, 책에, 사람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때만 중요한 정보가 보이고 지식이 쌓인다. 마음을 모으지 못한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고수(高手)와 장인(匠人)은 집중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의 다른이름이다. 그들의 눈 앞에 중요한 정보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엎드려 울던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서 길들임의 신비를 배운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관계의 의미를 배운다. 그리고 장미들에게 찾아가서 말한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말고)도 그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 준 것도 그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 『어린왕자』중에서

결국 한 송이 특별한 장미를 가진 사람이 이긴다. 관심 분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많다. 하지만 잡다하고 막연한 관심과 분명한 목표는 다르다. 또한 거기에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쓸모없는 일과 정보에 바치는 시간을 그리 돌리면 일주일에 책 한권은 너끈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은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에 따라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답변에 머뭇거린다면 지금 잠깐 시간을 내서 분명한 목표를 세워보자. 이미 있다면 그 목표에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최우선'으로 들이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백만송이 장미는 필요없다. 한 송이, 한 송이면 족하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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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은 이대로 은퇴해야 하나? :: 정보경영 (4)

정보경영 2006 2006/04/24 12:10

정보는 이제, 정말 손가락 끝에 있다.

A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인터넷 라인을 자기네 것으로 바꾸면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2만원에 준다고 했다. 현재 B 할인점에서 25만원에 팔리는 신제품이라고 한다. 재미 삼아 모델명을 물어 검색을 해보았다. C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13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옛날 모델이었다. 이미 대체 신제품이 나와있었다. 우리가 직접 사면 2만원 보다는 더 줘야겠지만 어떻든 상담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는 찾기 어렵거나 불가능했을 정보를 단 5초만에 얻었다. 물론 전화통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는 더 이상 숨겨진 보물이 아니다. 갈수록 투명해지고, 접근하기 쉬워지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정보는 귀족들의 성(城)에 꼭꼭 숨어 있었다. 힘센 집단, 높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정보는 첩보에 가까웠다. 캐내고 훔치고 밝혀내는 것이었다. 접근할 수 없는 것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1962년 '살인면허'로 등장해 수십 편을 이어온 007 시리즈를 보면 첩보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나온다. 신분을 숨기고 비밀 무기와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정보가 있는 곳에 잠입한다. 절벽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 내린다. 영화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정보는 분명 땀나고 피나는 투쟁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냉전은 끝났다. 이념의 자리에는 시장과 경제가 대신 들어섰다. 악의 무리(?) 소련은 사라졌다. 007의 적도 사라졌다. 덕분에 수 많은 '007들'의 일자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이란 무서운 무기까지 등장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누비지 않아도 의자에 앉아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때만 해도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는 진실을 캐러 목숨을 걸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1992년 케빈 미트닉이라는 해커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세계 굴지의 기업 전산망을 교란했다. FBI는 몇 년간 추적해서 간신히 그를 붙잡았다. 다시 10년이 흐른 뒤 대한민국에 와보자. 2002년 소위 '민주당 살생부'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노무현 후보에게 보였던 태도에 따라 분류한 이 게시물을 보고 정치인들은 조직적인 음모라고 했다. 하지만 그 문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인터넷을 뒤져서 만든 것이었다. 공개된 정보를 편집한 것만으로 힘센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노년이 된 007에게 정보 혁명과 인터넷은 큰 부담이다. 물론 아직도 냉전식 첩보 활동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이젠 몸으로 뛰기도 어려운 나이다. 이제 007은 어떻게 해야 할까? 퇴직금을 받아서 본드걸과 함께 지내는게 최고의 선택일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001 년 여름 백악관에는 미국 본토 테러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다. 보고의 자세한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어떻든 보고된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9.11 테러 전날인 지난 2001년 9월 10일에는 '내일이 행동개시의 날이다' '경기가 곧 시작되려 한다'는 알-카에다의 메시지가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에 포착됐지만 테러발생후 며칠이 지나도록 번역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을 번역하지 않은 채 쌓아둔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 더미에 묻혀 중요한 정보가 빛을 잃는다. 정보가 정보를 방해한다. 정보 과잉은 분석과 판단의 마비를 가져온다. 정보 수집에 목숨을 걸던 시대는 지나갔다. 분석과 판단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왔다. 그래서 007은 섣부른 은퇴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전의 경험을 되살려 넘치는 정보를 걸러내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무시되는 정보더미에서 보석을 발견하고 조각난 정보들의 퍼즐을 맞추는 능력을 강화하고 무기로 삼으면 된다.

사실 첩보원들이 다루는 정보의 정확한 의미는 자료 수준의 흔한 정보가 아니다. 미국 CIA(중앙 정보국)에 서의 약자 'I'는 Information이 아니라 Intelligence다. 똑같이 정보로 번역되지만 Intelligence는 분석된 정보, 활용 가능한 정보를 말한다. 또한 정보는 지식과도 다르다. 지식은 검색되지 않는다. 지식은 오직 사람에게만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첩보전의 최대 무기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냉전은 사라졌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경제 전쟁, 지식 전쟁이다. 정보와 지식으로 사는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007이다.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 그렇다. 하지만 총이나 낙하산이나 위조 여권은 소용이 없다. 오직 날카로운 눈과 통찰력만이 최고의 무기다. 실제로 요즘 해외에 파견된 CIA 요원들의 상당수는 해당 국가의 신문을 읽고 분석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 007이 사는 법이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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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낙원일까? 감옥일까? :: 정보경영 (3)

정보경영 2006 2006/04/23 12:03

정보 기술은 항상 정보 감옥을 만드는 기술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넘치는 정보를 다 볼 수 없기에 매체와 도구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덕분에 정보들은 공장 생산품처럼 똑같아지기 쉽다. 사람들은 똑같은 사이트에 모이고, 똑같은 TV를 보고, 똑같은 신문을 읽고, 똑같은 책을 보면서, 똑같은 관심사를 소비한다. 기술이 점령한 자리에는 '우연'의 꽃이 필 여지가 없다.

그들이 우리 대신 골라준다.

한때 MBC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 책을 선정하고 읽게 하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에 선정된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서 장려와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필요가 절묘하게 만나 큰 인기를 누렸다.

만약 여러분이 거기 선정된 책의 작가이거나 출판사 사장이라면 어떨까?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일이다. 더구나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당연히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다.

어느날 느낌표 관계자가 '녹색평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책이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책이 많이 팔릴테니 20만부를 미리 준비해 달라고 했다. 20만부!

하지만 출판사 사장은 거부했다. 좋은 책이 소개되는 것도 좋고 돈버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매체에서 강요하듯이 소개되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관계자는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에게 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역시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

느낌표는 서둘러 다른 책을 골라야했다.

책 선정 자체가 나쁜 일도 아니고 갑자기 큰 피해자가 생기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한걸음 뒤로 가서 보면 빼앗기는 것이 있다. 스스로 고르는 즐거움, 우연히 만나는 기쁨이 사라진다. 결국 정보 경영의 능력 - 정보를 고르고 선택하는 능력이 사라진다.

정보가 많아질 수록 정보를 골라주는 매개자(편집자, 선별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매개자가 골라주는 정보는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정보는 갈수록 양극화된다. 책은 베스트셀러와 기타 책들로 구분되고, 영화는 히트 영화와 사라지는 영화들로 구분된다. TV나 신문이 책을 골라주면 멀쩡하던(?) 다른 베스트셀러가 뒤로 밀리고 만다.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이 베스트셀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한때 이 코너가 중단되었으나, 전체적인 책의 판매가 줄었다는 작가의 탄원이 이어졌고 결국 2005년 다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문화 권력' 운운하며 뻔한 말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들의 등장은 필연일 뿐 아니라 오히려 지식 사회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준다. 고르고 판단하고 편집하는 능력이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과 혁신은 모두 쳐다보는 정보가 아니라 무시되는 정보 속에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료 처리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낭비다. 빠르고 많은 일의 처리는 이제 컴퓨터의 몫이다. 걸어다니는 사전(Walking Dictionary)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넓이와 양에 집착하는 사람은 컴퓨터와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판단과 편집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그 영역조차 다른 사람, 다른 매체, 다른 도구에 모두 맡기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와 매체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독자와 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는 매체와 도구를 편집자와 기자로 두고 그 위에서 편집장이 되어야 한다. 선택 당하지 말고 선택해야 한다.

호주 시드니에 가면 굴드스 북 아케이드(Gould's Book Arcade)라고 하는 특이한 헌책방이 있다. 백만권 가까운 책이 있는 이 서점의 특징은 정리를 별로 하지 않은 것이다.무작정 꽂혀 있는 책 더미 속으로, 말 그대로 모험을 떠나는 서점이다.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서점!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Gould

우리는 매체와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우연을 만들고 생(生)정보와 부딪히는 일을 즐겨야 한다. 그 옛날 가끔씩 궁궐을 빠져나와 백성을 살피던 임금님처럼 말이다. 서점, 전철, 시장, 길거리 어디든 좋다. 우연을 즐기자. 무엇을 고를지 한참 고민해보자.

아무리 궁궐이라고 우겨도 벗어날 수 없다면 결국 감옥일 뿐이다. @

마지막 수정일: 200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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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는 TV, 사람 잡는 TV :: 정보경영 (2)

정보경영 2006 2006/04/22 17:57

2004년 8월 21일 광주시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30대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빈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미 여러 번 물건을 훔쳤던 장소라 도둑은 제 집처럼 마음을 놓았다. 그날은 마침 올림픽 축구 8강전이 열리던 날. 그는 8강전을 기다리며 TV 중계를 보았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고 결국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한심한 사람이라고 웃다가도 왠지 씁쓸하다. 우리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던 모 출판사 편집장님이 정보를 찾으러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일정을 망쳤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디 그 분 혼자 뿐이겠는가? TV나 인터넷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를 몽땅 낭비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링크는 가는 길만 있고 돌아오는 길이 없다. 길을 잃기 십상이다.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고 나서 도대체 왜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우리는 자주 정보는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없다고 투덜댄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나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아쉬워 한다. 하지만 사실은 수 많은 시간을 쓸데 없는 정보에 쏟아 붓느라 지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보았던 TV 뉴스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2004년 7월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자.

독일 함부르크 소재 게비스 연구소가 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중 7명이 전날 밤에 본 가장 중요한 정치 뉴스도 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 40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다시 도입한다는 TV 톱뉴스는 다음 날 98%가 잊어버렸다.

터키 내 테러 공격은 26%, 독일의 한 마을에 피해를 입힌 회오리바람에 관한 뉴스는 19%, 모나코의 캐롤린 공주에 관한 보도는 불과 3%만 기억했다.

너무 많은 정보에 대한 어쩔 수 없는(또는 자연스러운) '망각'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다. 그 뉴스가 대부분 '나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련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금방 잊어 버릴  것들에 왜 이렇게 시간을 쏟고 있는가?

사람들은 매체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자주 실수를 한다. 나쁜 정보나 프로그램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매체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느냐,
무엇을 빼앗기고 있느냐 가 더 심각한 문제다.

엉뚱한 정보, 엉뚱한 매체에 시간을 쏟느라 더 중요한 정보, 더 중요한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이 엉뚱한 정보에 소비되거나, 정보를 훑어 보는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정보를 익히고 가공해서 지식으로 만드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정보 경영은 시간 경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식은 경험과 체질로 보관된 것이지만, 정보는 지금 만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오늘’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장소에 있으며 ‘처리’라는 활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시간을 어떤 정보에 쏟고 있느냐가 지식 성과에 큰 차이를 가져 온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1440분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씨앗은 같지만 열매는 다르다. 시간을 어느 밭에 뿌렸는지에 따라 지식이 달라진다.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

P.S:

TV나 인터넷은 '휴식'이라며 우기는 사람들도 있다. 휴식이란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주면 재충전 하는 것이다. 시간을 보낼 수록 피곤해지거나, '아차, 늦었다.' 하며 서둘러 끄고 뛰어가게 된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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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의 표정이 궁금하다 :: 정보경영(1)

정보경영 2006 2006/04/22 11:56

정보의 시대는 곧 정보 매체의 시대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정보를 전해주고 관리해주는 매체와 기술에 더욱 의지한다. 신문, TV에서 포탈 뉴스와 검색엔진까지 수 많은 매체들이 우리 대신 정보를 골라준다. 매체를 통한 간접 체험이 직접 체험을 압도한지 오래다. 직간접의 경계마저 모호해지고 있다. (탤런트 최불암의 부인은 김혜자씨고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물론 인터넷 때문에 개별 매체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매체 의존은 여전하다. 매체를 비교해준다는 매체 역시 결국은 또 매체 아닌가?

정보 매체는 때로 위험하다. 정보를 쏟아내는 대신 지식과 지혜를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겉 핥기, 정신없는 속도와 양, 본질을 가리는 자극, 때로는 숨은 의도까지 웅크리고 있을 때가 있다.

매체 속으로 들어가보자.

대통령 탄핵과 국회의원 총선거가 나라를 흔들던 2004년 4월 9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인터뷰가 있었다. 이 인터뷰는 당시의 긴장된 정국과 맞물려 큰 화제가 되었다. 소위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파문이었다. 그 대목을 보면 이렇다.

⊙ 손석희/ 진행 :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시겠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예. ⊙ 손석희/ 진행 : 그런데 유권자들의 판단은 과거를 보고 하는 판단일텐데요?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 손석희/ 진행 : 그렇진 않습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한쪽에서는 박근혜 대표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흥분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손석희 아나운서(혹은 MBC)의 태도와 의도를 문제 삼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은 하나인데 해석과 판단은 달랐다. 라디오를 직접 듣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다.

각 매체는 이야기를 다르게 전한다. 동아일보는 손 아나운서의 무례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손씨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계속 던지자 미소를 지으며 ‘애교 있게’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 인터뷰를 놓고  미소 지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 오마이뉴스는 박근혜 대표의 당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당황했다는 것 역시 기자의 주관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당황한 박대표는...피해갔다....발끈했다.'

스포츠신문 굿데이는 한술 더 뜬다.

'...대판 싸울 뻔 했다...손씨가 발을 빼서 충돌 위기를 넘겼다.'

박근혜 대표는 화가 나서 발끈한 것인가? 아니면 애교있게 비판한 것인가?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도를 넘어섰는가? 아니면 날카로운 질문을 한 것인가? 사실은 하나인데 진실은 여러 개인가?

정보는 매체를 통과하는 순간 이미 처음의 정보가 아니다. 상황은 생략되고 오직 매체가 고르고 색칠한 결과만이 남는다. 의도적 왜곡이든 나름의 진실이든 결국 처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허상에 빠질 위험에 항상 놓여 있다.

지식은 넓이가 아니라 깊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보 매체는 '빨리'와 '많이' 쪽에 서 있다. 정보를 경영하고 지식의 봉우리에 도달하려면 매체를 넘어서야 한다. 정보 경영은 사실상 정보 매체 경영이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 정보 매체를 꿰뚫고 그 너머를 봐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제대로 의사 결정을 할 재료로 바꾸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세계에 가까이 가야 한다.

1. 헤드라인 넘어서기

    폴 햄, '금메달 양보 가능'

    폴 햄, '국제체조연맹 처분 따를 것'

    폴 햄, '금메달은 여전히 내 것'

올림픽 체조 오심에 관련된 미국의 폴 햄 선수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실제는 거의 같은 기사다. 제목이 다를 뿐이다. 폴 햄은 '국제체조연맹의 결정에 따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폴 햄이 전혀 다른 말은 한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헤드라인만을 대충 읽고 사실을 짐작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본문 전달 보다 독자 유혹 쪽에 쏠려 있는 헤드라인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폭력·노출’ 케이블은 포르노?' 같은 스타일의 질문형·호기심 유발형 헤드라인은 원래 스포츠 신문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화되었다. 모든 신문이 스포츠 신문화 되어 버린 듯하다. 한 줄 링크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웹에서는 더 치열하다. 종이신문처럼 본문을 함께 훑어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웹에서는 기존의 힘이 해체된다. 공평한 대신 더 격렬하다. 싸움이 치열할수록 자극과 허탈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헤드라인은 더 읽을 정보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보를 낙인(烙印) 찍어서는 안된다. 무시할 때와 더 깊이 들어갈 때를 구분해야 한다.

2. 정보 재구성 하기

매체 이야기만 듣고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훌륭한 탐정은 언제나 사건을 재구성한다. 용의자와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의견과 의도와 기교를 제거한 후 사실을 취하고 진실을 파악한다.

(1)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정보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에는 맥락(context)과 사회적 요소가 함께 있다. 하지만 정보가 매체를 통과할 때, 정보가 디지털화될 때 상황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를 보다 정확히 판단하고 싶다면 정보를 맥락 속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많은 기술 지상 주의자들의 실수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책 정보는 디지털화될 수 있지만 도서관은 디지털화될 수 없다. 동영상 강의는 디지털화될 수 있지만 학교는 디지털화될 수 없다. 인터넷 서점은 고작해야 책 정보와 결제만 디지털화 되었을 뿐이다. 존재를 지탱하는 하부 구조는 모두 아날로그다. 컴퓨터는 헌책과 헌책방이 가지는 참된 의미를 영원히 알지 못한다. 매체를 통과한 정보는 context에서 text가 분리되고 문장에서 단어가 분리된 것이다. 매체가 편집하기 전의 상황 속으로 가서 그 주변과 함께 봐야 한다.

손석희-박근혜 인터뷰 속으로 돌아가보자.

어떤 상황이 함께 있는가? 한나라당-MBC 사이에는 이미 긴장이 있었다. 일부 신문과 방송 사이도 마찬가지다. 손석희의 스타일, 박근혜의 스타일을 알면 더 도움이 된다.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고, 원래 충돌할 수밖에 없는 스타일의 만남일 수도 있다.

(2)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또한 정보의 파편들아 모아 최대한 입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매체들의 보도 말고 원래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최소한 직접 눈으로 전체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생하지 못하다. 원래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어보자.

         ↑   인터뷰 녹음 부분   ↑

어떤가? 정말 싸울 뻔 한건가? 아니면 헤프닝인가? 만약 이 인터뷰가 TV로 진행되었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박 대표와 손 아나운서의 얼굴 표정 같은 것 말이다. 그럼 보다 확실해졌을 것이다.

비슷한 일이 실제 있었다.

1960년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토론이었다. 이 토론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과 TV로 본 사람 사이에는 정반대의 평가가 내려졌다.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논리적으로 잘 대답한 닉슨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TV로 본 사람들은 달랐다. 안절부절 하며 굳어 있는 닉슨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물론 케네디가 선거에서 이겼다. 버글즈(Buggles) 의 노래처럼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물론 완전한 원래의 정보라는 건 환상이다. TV가 원래 모습이라는 것도 환상이다. 하지만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면 불확실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3. 매체 의심하기

하나의 정보 매체에만 의존하면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 없다. 이미 알고 있거나 믿는 것만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된다. 그렇게해서 쌓이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함정이다. 매체가 감춘 세계는 없는 세계다. 매체가 실수를 하거나 의도를 가지면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매체, 다른 의견을 자주 참고해야 한다. 우리가 믿는 바를 자주 시험해 봐야 한다.

정보에는 어차피 해석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정보를 직접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매체를 비교하는 것이 최선이다. 신문이나 TV 같은 개별 언론이든, 포탈과 같은 편집 언론이든, 무섭게 정보의 입구를 장악해가는 검색엔진이든 말이다. 모든 매체는 메시지이고 의견이고 의도다. 정보 사회는 정보 편식, 이미지 세뇌 사회가 되기 쉽다. 이른 바 정보 감옥이다. '아니면 말고'나 '~카더라' 기사의 제목만 읽고 확대 재생산 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는가? 특정 신문만을 보는 독자가 특정 정치인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그 신문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그 독자가 그 신문을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검색엔진 역시 우리를 속일 수 있다. 조금만 살펴 보면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는 돈받고 자리를 차지한 것들이 많다. 물론 합법적인 광고 상품들이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광고라고 분명히 말해주지 않았다면 속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매체를 의심해야 한다.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극단적으로 가면 거꾸로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다. 매체 의심은 지식과 지혜를 만드는 과정 중의 일부일 뿐이다. 매체 의심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매체 중독만큼이나 비생산적이다.)

◇◆◇◆◇◆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 사회다. 지식 사회는 탁월한 개인들이 성공하는 사회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모두 지식 공장의 사장들이다. 매체가 주는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평범 그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냥 정보 수다꾼에 불과하다. 우리는 스스로의 지식을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필요할 때마다 매체를 꿰뚫어 봐야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완전하게 객관적인 정보란 없다. 정보는 해석해야 의미가 생기고, 해석하는 순간 주관이 개입된다. 우주 비행사들은 똑 같은 지구를 본다. 하지만 누구는 지구를 만든 창조주를 찬양하고, 누구는 아무리봐도 신(神)이 없다며 무신론을 확고히 한다.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자. 주관을 두려워하지 말자.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권가의 법칙은 역설적으로 매체를 보는 방법을 상징한다.매체를 보되, 다르게 보고 다르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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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식에 서투른 이유 :: 정보경영 (0)

정보경영 2006 2006/04/21 20:45
2004년 가을 한 온라인 매체에 연재했던 글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질 수도 있어서 한 자리에 모아놓으려 한다. 다시 모으면서 내용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지식 사회의 열쇠는 정보(情報)에 달려있다. 지식이 아니다. 지식의 시대, 개인의 시대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시간 관리, 자기 관리의 중요성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탁월한 지식 성과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여 기저기 흔하게 널린 정보에 그 한가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정보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정리하고 다듬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지식이 된다. 정보에 쫓기면 지식은 영원한 환상이다. 안타깝게도 지식을 추구(追求)하는 사람보다 정보에 쫓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는 약 2,000만권의 책이 있다. 하루 2,000권의 책이 새로 나온다. 가장 큰 검색엔진 구글 속에는 80억개가 넘는 웹페이지 정보가 들어있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켰다. 정보는 이제 매이지 않는다. 댐은 터졌고 정보는 끝없이 자기 복제를 한다. 24시간 365일 정보의 폭우가 쏟아진다.

[구글에서 ‘mp3’ 검색하기 - 찾는 데는 0.17초, 살펴 보는 데는 80년이 걸릴 양이다.]

정보를 찾는 것, 정보를 가진 것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오직 구별하고 정리했을 때만 특별하다. 지식과 연결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지식 사회의 열쇠는 지식 경영 이전에 ‘정보 경영’에 달려 있다. 우리는 매일 지식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만난다.

『 전병국의 정보 경영』은 정보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삶 속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방법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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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cebook fans 2011/12/20 14:45 Modify/Delete Reply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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